안녕하세요, 디디예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만 6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연차가 엄청 높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신규 티를 조금 벗고나니 이전에는 이해하지 못했던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일반 직장인'과 '교대 근무를 하는 간호사' 간의 의견 차이와 고충에 관하여 좀 더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신규간호사 때는 모두가 이렇게 일한다고 생각하면서 근무 형태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니 훨씬 열악한 환경이라는 것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이러한 간호사의 특수한 근무 환경으로 인하여 많은 소통의 오류를 낳고 있습니다.
특히 신규간호사의 절대다수가 20대 초반, 대학을 갓 졸업한 사회초년생입니다.
이들은 일과 병원 외에도 연애나 삶에 관심이 많은 시기이지만
이러한 소통 오류로 인해 안타까운 다툼이나 이별을 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특히 많이하는 질문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그 날 연차 쓰면 되지 않아?'
'왜 그날 못 쉬어?'
'주말인데 오프 쓰면 안돼?'
이게 정말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경우에는 당연하고 쉬운 일들인데,
간호사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 다른 경우에는 딸이나 아들이 안된다고, 혹은 불가능하다고 하는 경우가 많죠.
부모님의 경우에는 '자식이 많이 바쁘구나'하며 이해해주시지만,
연인관계에서, 특히 만난지 얼마 안된 풋풋한 커플의 경우 '날 생각해주지 않는 구나' 혹은 '나한테 시간을 쓸 마음이 없구나' 같은 생각으로 귀결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왕왕 발생하곤 합니다.
이 짧은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긴 글이 필요합니다.
(저도 작성하기 전에는 이렇게 복잡한줄 몰랐습니다.ㅠㅠㅋㅋㅋ 이제 저에겐 익숙한 일이기도 하고, 많은 경우 설명을 포기하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혹시 이 많은 것을 일일히 설명해주는 연인이 있다면, 그 날 오프를 신청할 수 없는 것과는 별개로,
이 글을 읽은 여러분을 정말 많이 생각하고 좋아하고 있는 것이니 꽉 붙잡으시길 바랍니다.
(개인적으로 밑줄 쫙 별표 백개 그리고 싶네요!!!)
(엉엉ㅠㅠ 모든 신규간호사 선생님들 화이팅!!)
더불어 간호사 근무표가 왜 이 모양인지 설명하기 입아팠던 분들께도 이 글을 추천합니다.
아무리 애정이 있어도 이 복잡한 체계를 다 설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래서, 이러한 슬픈 경우를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을까 싶어서 이번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총 세 개의 포스팅으로 구성된 조금 긴 글이지만 차근차근 읽으시다보면
간호사의 근무와 생활에 관하여 훨씬 더 깊게 이해하실 수 있게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오늘 자세히 다뤄볼 내용은
'간호사는 왜 스케줄 신청을 못하는가?'
혹은
'간호사는 왜 미리 신청하지 않으면 오프를 받을 수 없는가?'
가 되겠습니다.
이번 글을 읽기 전에, 이전 포스팅을 읽고 오시면 더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간호사 이해하기 1편] 간호사 근무표/스케줄표/번표 읽는 방법 |
또한, 이 글은 상급종합병원이자 대학병원인 제가 다니는 병원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즉, 그나마 인력 사정이 낫고 원칙을 준수하는 병원 기준으로 쓰여진 글이므로, 훨씬 더 열악한 근무표도 많다는 사실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망한 듀티표 대회’를.. 검색해보세요..ㅠㅠ NEDD가 있던데요…..? 고문 아닙니까?)
0. 교대근무는 고통의 연속

일이 끝나면 모든 직장인들이 너무 피곤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곤 합니다.
그래서 잠만 자고 누워만 있고 싶어지죠.
근데 규칙이 없는 삼교대를 하면 잠자는 시간 조차도 잠자는 시간이 아니게 됩니다.
고로 수면의 질 자체가 매우 낮아지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아래 링크를 눌러 이전 포스팅을 보시면
대학병원 간호사인 저의 스케줄표와 더불어 기본적으로 듀티표 읽는 법에 관하여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 [간호사 이해하기 1편] 간호사 근무표/스케줄표/번표 읽는 방법 |
이토록 불규칙한 스케줄표가 나오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습니다.
1. 올드 (연차 높은 간호사) 혹은 신규로만 구성된 근무는 NO!
모든 근무에 경력과 능력이 출중한 간호사만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하지만 병원 간호사가 오래 일할 수 없는 한국의 의료환경을 생각하면 그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올드 (=연차가 높은 경력 간호사. 아래 참고를 참조해주세요.) 만 있는 듀티 (=근무) 라면 상관 없겠지만,
그렇게 되면 신규만 있는 듀티가 불가피하게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그 듀티는 매우 위험한 시간이 되겠죠..?
왜냐하면 보통 '신규간호사'라 함은 경력이 만 1년이 채 되지 않은 간호사를 일컫는 말로, 이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은 예상치 못했던 응급상황에 대처하거나 위급한 환자를 돌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집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거의 모든 병동에는 올드 간호사가 부족하기 때문에
경력간호사와 신규간호사를 적절한 수로 맞추어 듀티를 구성하고 이리저리 끼워맞추다 보면
불가피하게 스케줄이 매우 불규칙해집니다.
(일하기 좋은 병동에는 올드선생님들이 많이 계시기 때문에 스케줄 신청하기가 쉬워집니다.
하지만 그 병동에 들어가려면 그 간호사도 경력이 많아야겠죠?😉)
[참고] 올드간호사, 누구예요?
여기서 '올드', 즉 연차가 높고 경력이 많은 간호사의 기준은 병동에 따라 크게 차이가 납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병동 혹은 진료과 최소한 5년 이상의 경력을 가지고 있어야 각종 응급상황이나 특수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간호사의 경우 만성적으로 인력이 많이 부족하여 갓 신규 기간을 벗어난 1~2년간의 경력을 가지고 있는 간호사 선생님도 책임간호사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참 안타깝고 환자안전에 위해가 되는 환경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병동 혹은 진료과에 따라 전문으로 하는 분야가 다르므로 연차가 높다고 하여 모든 일을 다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정말 연차가 높으시거나 센스가 있는 간호사 선생님들께서는 일을 빨리 배우시기는 합니다.
그래도, 아무리 연차가 있으신 선생님이라 하더라도 자신있게 일을 하려면 최소 1년 정도는 해당 병동 혹은 진료과의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2. 근무표 구성의 원칙이 있다.
스케줄표 작성 시에 여러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되지만,
병원 자체 내규 혹은 근로기준법을 준수하기 위해 세운 규칙들도 있습니다.
다음은 저희 병원에서 정해둔 규칙들입니다.
1) 일주일에 5일 근무
'쉬는 날'의 갯수가 2개 이상이어야 합니다. 이건 주당 근무 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면서 생긴 규칙입니다.
2) 연속으로 5일 이상 근무할 수 없음
일주일에 두번을 쉬더라도 5일 이상 연속으로 근무할 수 없습니다. (예를 들면, 금토일월화수..)
3) 근무와 근무 사이에는 일정 시간 이상의 간격을 둘 것
예를 들면, 이브닝(E) 다음날 데이(D) 를 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보통 '이브데이(E-D)'라고 하는데 이브데이의 경우 밤 11시에 퇴근해서 아침 7시에 출근해야 합니다.
통근시간을 제외하면 잘 시간도 7시간 미만이 되기에 시간이 매우 빠듯해집니다.
비슷한 경우로 나이트(N) 오프 데이(D) 순서로 근무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보통 '나오데(NOD)'라고 하는데 이런 경우 오프날 아침에 퇴근해서 그 다음날 아침 7시까지 출근해야 하는 것이죠.
6시까지 출근하는 병원도 있으니 오프가 오프가 아니게 되겠죠..?
놀랍게도 이브데이 혹은 나오데를 해야하는 병원도 아직 많다는 것입니다. (갑자기 쓰다가 화남;)

저희 병원은 큰 병원이고 노조가 있어서 위와 같은 것들을 내규에 의해 제한하고 있지만,
인력상황이 열악하거나 노조가 없는 비교적 작은 병원의 경우에는 전혀 신경쓰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여간, 간호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집에 가서 자고 나와야 일을 할 수 있는 관계로
데이(D) - 이브닝(E) - 나이트(N) 순서가 아닌 경우 사이사이에 오프가 있어야 합니다.
이 까다로운 규칙을 지키며 스케줄을 바꾸다 보면,
한 사람이 한 가지의 스케줄을 바꾸는데도 대여섯명의 스케줄이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정말 중요한 일인데 신청을 놓친 경우, 혹은 수간호사님이 신청 스케줄을 반영해주지 않은 경우에는 이렇게까지 바꾸는 경우도 있지만,
보통은 서로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해당 일정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위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미리 스케줄을 신청하게 되는데, 이 신청한 날짜들을 맞추다보면 스케줄이 불규칙해집니다.
법적으로 인정되는 휴가인 '생리휴가' 도 미리 신청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간호사가 불규칙한 생활로 인해 월경주기 또한 불규칙한 경우가 많은데
생리통이나 생리로 인한 불편을 겪어도 당일 오프를 쓰는 일은 절대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근무 신청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는 수간호사 선생님들도 많으시지만, 반영해주지 않는 수간호사 선생님들도 많이 계십니다.

3. 글을 마치며
스케줄을 신청할 수 없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고 여러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얽혀있지만,
이번 글에서는 원론적인 부분에 대해 다뤄보았습니다.
(제 기준에서) 중요한 부분들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글이 길어지니 다음 글 쓰기가 조금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ㅠㅠㅎㅎㅎ

그리고 이런 상식적인 내용만으로는
그래서 대체 왜? 사랑하면, 나를 생각하면 다 해줄 수 있는거 아니야?
라는 반문을 가지실 많은 분들을 위해..! 다음 글을 준비했습니다.
| [간호사 이해하기 2-2편] 간호사 스케줄 신청 못하는 이유: 현실편 [3편] 그래서 왜 연락이 안된다고요..? (추후 게시 예정)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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