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이해하기 2-2편] 간호사 스케줄 신청 못하는 이유: 현실편 (부제: 간호사 여친/남친/딸/아들이 연락이 안되는 이유)
안녕하세요, 세실이예요😊
저는 대학병원에서 만 8년째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입니다.
(사실 첫 글을 쓸 때 만 해도.. 6년차 였는데.. 흑)
이전 글에 이어 병원에서 삼교대로 일하는 간호사가
대체 왜!! 스케줄을 신청할 수 없는지에 대해,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하여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모든 글은 병바병, 부바부, 즉 병원마다 다르고 부서마다 다르므로
'이 글에서는 이렇다는데 넌 왜 아니야?'라는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발..)
1. 모든 간호사가 데이 / 이브닝 / 나이트를 골고루 해야 한다.
대부분의 간호사는 나이트 근무를 기피합니다.
나이트란 보통 밤 8~10시 정도에 시작해 다음날 아침 7~9시 정도에 끝나는 근무입니다.
야간 근무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밤을 새는 것은 누구나 알다시피 매우 힘들기 때문이죠.
또 나이트 다음의 오프는 보통 자느라 허비하게 됩니다.
나이트는 보통 다음날 아침에 끝나는데, 나이트 다음의 오프라고 근무로 쳐주거나 혹은 오프 카운트에서 빼주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죠.
일반 직장인에 빗대어 표현하면, 토요일 아침까지 일을 하고 퇴근해도 토요일을 근무한 것으로 쳐주지는 않는 것과 같습니다.

즉,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직장인과 같은 수의 휴일을 쉬게 됩니다.
오프날 아침에 퇴근하는 경우 (=나이트 다음 오프)에도 가차없습니다.
이는 곧바로 수면시간과 휴식시간의 부족으로 직결됩니다.
[여기서 잠깐] 오프카운트 (Off count)란? 그 달에 오프가 몇개인지를 세는 것. 보통 그 달의 휴일 수와 일치해야 합니다.
(타병원에서는 어떤 용어를 쓰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나이트전담간호사 등을 두어서 다른 간호사들의 나이트 근무의 부담을 줄여주거나,
혹은 나이트 수에 따라 리커버리 오프 (오프 카운트에서 제외키시고 오프 갯수에 따라 부여하는 오프)를 하나씩 더 주는 등의 복지를 더하는 병원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극소수에 해당합니다.
[여기서 잠깐] 나이트전담간호사란?
다른 간호사들의 나이트 근무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나이트 근무만을 전담으로 하는 간호사를 말합니다.
나이트는 기피하는 근무이긴 하지만, 밤 10시부터 아침 7시까지 부여되는 야간근무수당이 꽤 짭짤하고, 삼교대를 하느니 차라리 나이트만 하는 것이 편하다는 분도 있어서 꽤 수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나이트전담간호사가 너무 연차가 낮은 경우 스케줄 구성에 어려움이 있고, 모든 간호사가 삼교대를 하는 것보다 인력 구성 시 고려할 점이 늘어나는 등의 문제로 많은 병원이 시행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병동이나 병원의 인력사정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한 달에 나이트는 4~10개 정도를 하게 됩니다.
보통 2개 단위로 끊어서 하고 3개 이상이 되면 매우 힘듭니다. ㅠㅠ
한 달에 6개의 나이트를 하는 경우 보통 두 개씩 나이트를 하기 때문에,
연속하지 않은 나이트들의 사이 간격 (NN와 NN 사이 간격)은 7~10일 정도가 됩니다.
또 나이트 뒤에는 반드시 오프가 오게 됩니다.
나이트전담간호사가 아닌 경우에도 4~6개를 연속으로 하는 병원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그러면 아마 과로로 죽거나 (농담 아님;) 그만뒀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대근무를 하는 간호사 모두가 비슷한 수의 나이트 근무를 하게 됩니다.
저희 병원처럼 특정 연령 (보통 40세 전후) 이상의 경우 나이트 근무에서 배제시켜주는 복지를 제공하는 병원도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극소수 병원에 해당하는 사항입니다.
2. 모두에게 원하는 근무가 있다.
보통 직장인들은 본인의 업무를 조정하여 하루나 이틀, 길면 일주일이나 열흘 전에 이야기하여 연차, 반차, 혹은 반반차를 쓸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규 시절 저는 이것을 듣고 매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ㅠㅠ
왜냐하면 간호사의 근무표는 한 달 단위로 나오기 때문에 연차를 쓰려면 한 달 전에 신청해야하기 때문이죠.
저희 병원의 경우
5~10일 사이에 나이트 근무표가 나오고,
15일까지 원하는 스케줄을 신청하면,
그를 토대로 수간호사님께서 25일 전까지 완성된 스케줄표를 발표하십니다.
[여기서 잠깐] 나이트 근무표란? 수간호사님이 나이트만 짜서 내놓는 스케줄.
나이트는 간격이 너무 가까우면 힘들고 혹여 바꾸게 되면 스케줄 전체를 뒤집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미리 정해놓고 시작합니다.
따라서 일정이 있거나 쉬고자 하는 날이 있다면 최소 보름, 넉넉하게는 한 달 전에 신청을 해야 가능합니다.
이러한 현실적인 이유들로 인해 확정된 스케줄이 나온 후에는 바꾸기가 굉장히 힘듭니다.
구구절절하지만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라면, 당일 연차 혹은 며칠 전에 휴가를 내는 것이 왜 거의 불가능한 일인지 충분히 이해하셨겠죠?
하지만 스케줄표의 원칙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3. 그래서 왜 신청을 못한다고요?
하지만, 여기까지 인내심을 갖고 읽은 분이라면 이런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
'그러면, 미리 신청하면 일단 받을 수 있는 거 아닌가?'
'오히려 아무 때나 휴가갈 수 있어서 더욱 이득 아닌가?'
정확하고 예리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오프를 많이 신청하여 받게 되면 부서의 다른 간호사가 그 오프를 채워야 하겠죠?
따라서 오프 신청 자체가 부서 모든 간호사의 합의 + 그리고 수간호사 선생님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특히 간호사가 많은 부서에서는 큰 타격을 입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호사가 적은 부서에서는 대단히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여기서 간호사가 많은 부서란?
1. 병상수가 많은 경우
요양병원 제외. 요양병원은 40~50명의 환자를 간호사 한 명이 보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단히 위험한 일이죠ㅠㅠ
2. 환자 대 간호사의 비율이 적은 경우
간호사 한 명이 적은 수의 환자를 보는 경우. 보통 일반병동보다는 중환자실과 같은 특수부서가 이에 해당합니다.
혹은 금요일을 주말, 명절, 크리스마스 등과 같은 연휴에는 많은 간호사가 오프를 원하는 경우가 많아
신청하더라도 근무표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를 보통 '잘린다'고 표현합니다. 😭)
위와 같은 이유로 근무 신청은 매우 치열하고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사항이므로
되려 신규간호사 선생님들은 근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부서 분위기에 따라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어서.. (이하 생략..)
저 역시 근무를 시작하고 만 1년까지는 정말 중요한 가족행사나 경조사가 있지 않은 이상 근무 신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슬픈 과거..ㅠㅠ)
이러한 문화는 근무하는 간호사, 특히 신규간호사들을 지치게 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하므로 적극적으로 개선이 되어야합니다.
다행히 요즘은 분위기가 많이 변해서 신규선생님들도 적극적으로 직장 밖의 삶을 꾸려나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훈훈한 분위기가 널리 퍼지기를 희망합니다. (꼭!!!)
저도 후배 간호사 선생님들의 행복한 간호사 생활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을게요!
4. 글을 마치며

사실,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환자수를 줄어들고 간호업무 외 잡무를 줄이는 등 근무환경이 개선되어
간호사 각 개인의 마음이 여유로워진다면
근무표 신청할 때 눈치보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사라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해외와 같이 오프로 인한 인력공백을 채우는 간호사가 따로 두는 등의 정책적 변화가 있다면 더욱 적극적으로 개선이 되겠죠?
간호사가 행복해지면 당연히 환자경험이 향상되고,
업무환경과 직장 밖 삶에 만족한 간호사들은 그만 둘 생각을 (적어도 지금보다는) 덜 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선순환이 계속되면, 경력 간호사가 많아져 전반적인 간호의 질 (국민건강과 직결되는!!!)이 수직상승하리라고 믿습니다.
따라서 간호사의 근무표 구성과 스케줄 신청은
미시적으로나 거시적으로나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에 구구절절 글을 써보았습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간호사들도 오래오래 건강하고 행복하게 일하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세요😊